지난 수십년 동안 인간 생물학과 질병 연구의 모델로 사용되어온 ‘헬라(HELA) 세포’가 또다시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논쟁은 지난 3월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유럽분자생물실험실(EMB) 연구팀이 헬라세포의 유전자 염기서열(게놈)을 완전히 분석해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유가족 등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소홀히 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7일(현지시간) 헨리엑타 랙스의 가족들이 NIH 데이터베이스에 게놈 정보를 저장, 연구를 원하는 사람은 가족 대표 두 명이 포함된 패널의 사전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헬라세포 게놈 데이터 활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논쟁 종식에 나섰다.
◆헬라세포 정의와 비판 여론
헬라 세포는 1951년 자궁경부암으로 죽은 헨리에타 렉스의 종양 조직에서 떼어낸 불멸의 특징을 가진 ‘불량 세포’이다. 그녀와 유족의 동의를 얻지 않고 연구재료로 실험에 사용돼 지금까지 약 6만개 이상의 연구 논문에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마비 백신 개발 등에 활용되는 등 지금까지도 인류의 의료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연구 참여자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는 이유로 비판 여론이 일어 왔다.
특히 2010년 논픽션 작가 레베카 스클루트가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이 문제는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 3월에는 헬라 세포의 모든 게놈 정보가 해독됐다는 발표에 유족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처럼 헬라 세포가 윤리적 논란에 휩싸인 것은 랙스와 그녀 가족들이 겪어 온 불행한 삶과 달리, 헬라 세포로 많은 이들이 돈을 벌고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에 NIH는 랙스 가족에게 ▲헬라 세포 게놈 연구의 무제한 허용 ▲사전 승인 조건부 허용 ▲무조건 활용 금지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는데, 랙스 가족은 ‘사전 승인의 조건부 허용’을 선택했다.
◆헬라세포의 게놈은 오류투성이?
헬라 세포는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는 세포주(배양을 통해 끝없이 분열·증식하도록 만든 세포)이다. 그러나 헬라세포의 게놈 배열(sequencing)이 오류투성이라는 주장이 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복제 때문에 약 2000개의 유전자에서 정상적인 인간 조직보다 높은 수준에서 표현된 것을 발견했다”며 “인간 세포 생물학의 모델로서 헬라 세포의 광범위한 사용은 유전자 변화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 피부 세포에서 얻어진 유도 만능줄기세포가 인간 생물학에 더 정확한 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수장인 슈타인메츠(Steinmetz)는 “인간 생물학의 완벽한 모델이 아닐 경우에도 실험실에서 헬라 세포 배양이 지속되는 것은 후퇴한 발상”이라며 “앞으로 20년 뒤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