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그에게서 마케팅을 보다.
김광호, 그에게서 마케팅을 보다.
“다국적 제약사에서 울린 승전보, 이제 보령제약에서 울리겠다”
  • 임호섭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7.04.16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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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혹은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기회는 운명 혹은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올지언정, 그것을 성공이라는 필연으로 이끄는 것은 전적으로 전략적인 사고와 실행뿐이다.”(김광호의 ‘사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중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다국적 제약사의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일해 온 보령제약 김광호 사장(60). 수의사 출신 CEO라는 다소 낮설은 이력 때문에 취임 때부터 업계내에서 종종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충남 보령(대천)에서 태어나 대천중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1975)하고 한국바이엘(1975)과 사노피-신데라보코리아 부사장(1996년)을 거쳐 지난 2005년2월 보령제약과 연을 맺었다. 정확히 30년간 토종제약사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셈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토종제약사의 CEO로 돌변(?) 했다. 그것도 3년째. 그만큼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도 된다.

한때 고향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김승호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오해까지 받았던 김광호 사장. 그가 말하는 경영,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성장의 필수조건인 영업과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그는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

◆“외자사의 근무 여건이 더 좋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망설임이 없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때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외자사의 장점이다. 하지만, 의사결정과정은 보령제약같은 토종제약사들이 빠르고 그만큼 추진력도 있다.

모든 것을 모회사에서 결정하는 외국사는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등 월드와이드 컨셉을 중요시하다보니 우리나라처럼 감성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로컬시장의 특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말하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외자사의 심각한 핸디캡인데 이를 국내 기업의 강점으로 활용해 비즈니스 전략에 도입한다면 국내사들도 충분히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지난 2년간의 실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상황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작년(2005년)은 안정적 기반조성을 위한 구조조정의 첫해였다. 따라서 그 속에서 비즈니스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업 운영의 형태가 달랐던 과거와 (경영실적을) 맞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갔고 그것이 이제 작년도에 15% 정도의 매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IMS 자료를 보더라도 작년에는 제작년에 비해 상당히 많이 신장을 했고 연간 분기별로 비교하면 다국적회사를 포함한 국내제약사 중에서 신장속도가 3위였다.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작년 기간 동안에 형성된 것이다. 그동안 인풋(input)을 한 것에 대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도약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있다고 할 수 있다.”

◆김사장은 “복제약 중심의 국내사들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약물에 맞서 겨룰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물론, 외국제약사들이 대형제품(오리지널 블록버스터 약물)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제품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제품이나 경쟁력 있는 제품은 제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 가격에 있다는 사실이다.

플라빅스(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와 같은 약물이 지난해 노바스크(화이자의 고혈압약)를 제치고 처방1위가 됐는데, 비결은 1알에 2200원대의 높은 약값을 받았기 때문이다. 플라빅스가 높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약물 자체의 효능과 효과, 그리고 안정성 이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여기에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격구조가 좋았기 때문이다. 만일 1알에 700원대인 바로 앞전 세대의 약물을 기준으로 했다면 고작 1알 기준 800원대에 머물렀을 것이고 연간 매출 1300억원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품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제품의 가치를 마케팅쪽에서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제품의 내재적 가치에 전략적 요소가 될 수 있는 방향설정, 이후 실행하는 목표를 어랜지하는 과정이 무엇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회사들이 제품이 없는 게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라이선스 인으로 제품을 도입하고 있고 찾아보면 쓸만한 오리지널이 제법 있다.”

◆그는 “라이선스 제품은 원개발사가 회수해가면 그만 아니냐. 영구적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임상 공동 투자는 어떠냐”는 질문에 “선택의 문제이지만, 그래서 마케팅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리지널 제품이 블록버스터가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하는 것은 얼마나 가치를 크게 창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상품가치)이 커지면 외국사도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가면 이미지도 좋지 않다. 가져가서 덜 남는 것보다 놓고 더 남는 게 좋다. 그걸 해주는 것이 라이선스를 빌려온 회사들이 사는 방법이다.

제품 자체의 형상은 고정가치이지만 외적인 것은 1000원이 될 수 있고 1만원이 될 수 있다. 1만원을 했을 때 가격저항을 이겨낼 수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마케팅의 노하우에 관한) 문제다.

제품마다 유통섹터가 있다. 단순히 결과물을 놓고서 많이 팔리면 좋은 제품이고 적게 팔리면 안좋은 제품이다. 이건 아니다. 가격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높은 대로 제품이 가지고 있는 마케팅요소들이 포지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마케팅을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제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빼앗기지 않고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 방법은 여러 가지 가 있다. 제품이 가지고 있는 성향위에 인위적 가치를 어떻게 조합해서 시너지를 창출하느냐 하는 것은 제품 자체의 성향보다 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성향만 크게 보고 그 이상의 가치는 적게 본다. 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어그레시브(aggressive)가 생긴다.”

◆김사장은 “보령제약의 어그레시브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메게이스’(식욕촉진제)와 ‘아스트릭스’(항혈전제)를 예로 든다.

“메게이스 같은 약물은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지금은 암환자만 보험이 되는데 이 약물은 말기심부전환자, 결핵, 불면증환자, COPD환자, 뇌수술환자, 노인성질환자 등 시장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먹고 기운을 차려야 수술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2년 전 (연매출) 30억원 짜리가 마케팅덕분에 120억원짜리가 됐다. 아스트릭스도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크다. 좋은 약을 적극적으로 알리면 기업의 매출은 물론,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약기업의 보람도 커질 것이다.”

◆“한미FTA 타결을 계기로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을 개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치 마케팅이 전부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보령제약은 신약도 없고 제네릭(복제약) 개발력도 약하다는 평이 있다”고 물었다.

“진짜 오리지널을 개발 중이다. ARB 계열의 고혈압치료제 ‘피마살탄’(Fimasartan)'은 외국제품을 대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계열 약물 중에 세계 9번째 국내 최초다. 조만간 후기 임상 2상에 진입하는데 출시되면 한국MSD의 ‘코자’, 사노피-아벤티스의 ‘아프로벨’과 같은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신제형의 치매 치료제 및 당뇨 복합제 등 현재 개발 중인 2~3종의 개량신약도 내년까지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항진균제 '플루코나졸' 성분을 국내 최초로 외용제로 개발해 상품화한 '후코날 크림'은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약청 최종 승인이 멀지 않았다.

개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네릭은 더욱 그렇다. 로슈에서 오리지널이 나온 세프트리악손2g(항생제)은 0.5g 짜리를 4배 강화시켜 틈새를 노렸다. 이 제품은 제작년에 나왔는데 1년만에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00억원은 무난할 것이다.”

◆그는 “FTA와 정부 약가정책 변화로 비급여가 되는 제품은 마케팅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FTA를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변화를 주어야한다. FTA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보험급여약물에 대한 경제성 평가도 마찬가지다. 경제성평가로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면 퇴출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험목록에서 퇴출이 되어도 급여약물 중에 같은 약물이 없으면 승산이 있다.

독일서 개발된 헤릭소(Helixor:면역증강제) 같은 제품은 지난해 10월 비급여로 전환됐다. 그러나 경쟁제품이 없다. 이 제품은 써본 사람들이 면역증강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암환자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약물이다. 만일 이 제품이 급여품목이었다면 연간 매출이 10억원도 안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형상위에 다른 가치를 조합하는 것이다.”

◆김광호 사장은 스스로를 “보령사람”이라고 말한다. 고향인 충남보령 태생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의미이지만 그만큼 보령제약에 대해 애착이 강하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는 기업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지는 국가간의 총성없는 전쟁과 다를 바 없다. 돌이켜보면 내가 외국제약사에서 연일 울려대던 승전보는 다국적제약사들의 국내시장 잠식을 위한 또다른 단계로의 ‘확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30년을 외국계 제약사에서 일하다보니 ‘김광호=외국기업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다. 그러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은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뜨거운 망치질과 차가운 냉각수를 온몸으로 맞아가던 어느 순간, 강하게 담금질되어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김사장은 “외국기업에서 울렸던 수많은 승전보를 이제 토종제약회사인 보령제약에서 울려 보겠노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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