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의 말로
조작의 말로
  • 주장환 논설위원
  • admin@hkn24.com
  • 승인 2012.09.25 0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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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의 세계는 다양하다. 주가조작, 승부조작, 이미지 조작, 정보조작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네시호 괴물 사진 조작, UFO 사진조작 등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조작사건 중 하나이다.  이밖에 북한의 홍수사진 조작사건을 비롯,  스탈린이나 히틀러의 사진조작을 통한 이미지 조작 시도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다.

의료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수많은 의학논문이 조작 의혹에 휩싸여 저자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진 일이 비일비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교수 사건이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최근 이런 불신에 메가톤급 타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이끄는 연구진이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을 예방하는 삼중혼합 백신(MMR 백신)이 자폐증 발병과 연관돼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부모들이 아이들의 MMR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다른 백신에 대한 불안감으로까지 번졌다.

이 사건 이후 선진국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던 홍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8년 영국에서 56건에 불과하던 홍역 발병이 2008년 1348건으로 늘었고, 2006년에는 13세 어린이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홍역으로 사망했다.

14년이 지난 최근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연구논문이 조작된 것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났다.

영국의학저널(BMJ)이 지난 수개월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논문에 수록된 정보와 실제 병원기록이 달랐다. 논문에 포함된 환자 정보가 저자에 의해 변경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 문제의 논문에 포함된 진단 내용과 실제 병원 기록을 대조한 결과, 연구진이 논문에서 건강 이상이 없었다고 밝힌 12명의 아동 중 5명은 이미 백신 접종 전에 발달부진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명의 사례도 병원 기록 및 부모들의 자료와 비교한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논문에 수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그저 논문조작 해프닝으로만 마무리되진 않았다. 연구 지원금 50만 파운드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변호사들을 위해 사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논문조작 사건은 명예 실추는 물론이고 사회에 발을 붙이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동일한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권위있는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해 성과를 인정받고 싶은 욕심과 명예욕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에는 엘리트주의도 한 몫 단단히 한다.

더욱 슬프고 우울한 것은 정보조작을 통해 대중들을 속이려 하는 경우다. 어떤 과학자들은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논문조작에 나선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 및 고도 테크놀로지와 손을 잡고 부상하면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부를 창조해 내는 과정에서 약효를 과장하거나 조작까지도 해 왔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과학자들이나 단체, 연구소 등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조작된 논문을 얻어내는 불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논문조작은 범죄다. 조작을 통해 발생하는 이득에 집착하는 과학자들이나 기업들은 개별적 혜택과 전체 사회의 위험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를 일부러 강제하는 일에 더욱 능숙해지고 있다.

20세기에 이뤄진 조작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정부나 거대 기업들이 주도한 잔학한 행위들이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받고 있다. 고엽제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양식있는 학자라면 조작에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실적을 크게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조작 기술을 사용하여 자신의 성과를 높인다 한들 영원히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지 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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