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독주시대 끝났다
다국적사 독주시대 끝났다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9.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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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시장이 더 이상 다국적 제약사들의 뒷마당 놀이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증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제 그들이 수십년간 특허와 독점판매권을 무기로 쥐락펴락해온 제약 식민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 나라의 제약산업이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거나 완제약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선진국의 완제의약품을 수입-판매하는 역할 이상을 할 수 없다. 다국적 제약사의 하청기업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제약업계가 최근 들어 선택과 집중, 역동적인 R&D투자를 통해 그들이 쳐놓은 특허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이 동등한 약효가 있는 토종 제약사 약품과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 장악력을 현저히 상실하는가 하면 사실상 퇴출되는 사례도 나왔다.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위축되고 국내 개발 신약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최근 국내 제약시장 변화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약가인하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일부 경쟁대상 토종의약품은 아직 출시도 되지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다국적사 의약품도 국내 제약시장서 퇴출되는 시대

미국 존슨앤존슨(J&J)이 개발하고 계열사인 한국얀센이 국내 판권을 행사해온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는 비싼 약값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결국 얀센이 판권을 해외 다른 제약사에 넘긴 후 판촉활동을 접어 사실상 퇴출됐다고 볼 수 있다.

‘프릴리지’는 세계 최초의 유일한 조루치료제로 2009년 가을 국내에 진출했을 때만해도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비싼 약값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한다.

어찌보면 유일한 조루치료제라는 점을 내세워 약값을 비싸게 책정한 얀센측의 자만이 자초한 악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는 사이 국내의 씨티씨바이오, 휴온스 등이 공동개발한 국산 1호 조루치료제 ‘프리라민’은 임상3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 식약청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단계까지 왔다.

휴온스 등은 ‘프리라민’ 가격을 프릴리지의 30~40%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어서 ‘프릴리지’ 판권을 누가 갖든 국내 시장 재상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세계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한다.

9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는 지난 7월 톰슨로이터가 밝힌 1분기 세계에서 승인된 암 파이프라인 제품 중 가장 유망한 4개 신약에 포함돼 약효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확보,  ‘글리벡’에 강력한 대체약제로 떠올랐다. 

‘슈펙트’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보다 약가가 절반 수준이어서 가격경쟁력이 충분한데다 임상 2상에서 75% 환자에게서 약효가 뚜렷하게 나타나 기술 수출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는 ‘글리벡’으로 치료받다가 내성이 생겼거나 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에게 처방하는 2차 치료제로 사용된다.

1차 치료제 승인을 받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중인데 성공적으로 끝나면 ‘글리벡’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글리벡’은 약값이 너무 비싸 건강보험재정을 축낸다는 원성을 들어왔으나 노바티스는 요지부동이다. 매년 850억원 이상을 약값으로 건보재정에서 받아가고 있다.  이미 사라졌어야 할 약물이 환자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 터다.

노바티스 등 다국적사의 고가약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복지부는 처음부터 2세대 약물을 사용하다가 내성이 생겨 다른 약물로 바꾸더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관련 기준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다국적사들이 토종제약사와 갈수록 힘든 경쟁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줄줄이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의 거센 도전을 받는데다 국산 신약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신약의 경우 한번 써본 의사들은 만족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약 ‘카나브’ 등 12개 국내개발 신약의 지난해 매출은 82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6% 늘었다. 개량신약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복합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등 12개 개량신약은 지난해 101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무려 54% 증가했다.

다국적사들은 특히 특허만료로 독점 구조가 깨진 품목에서 토종제약사의 도전으로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한국MSD의 천식치료제 ‘싱귤레어’는 지난해 말 특허만료 후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매출이 40% 이상 급감했다.

국산 신약-개량신약 판매 급증 … 오리지널은 '위축'

B형간염시장은 BMS의 ‘바라크루드’가 독주하고 있지만 영업력이 강한 한미약품이 지난주 제네릭 시판허가를 받자 지금까지와 같은 호시절이 끝난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의사들도 이제는 무조건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약효·가격을 따져 처방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같은 의료계의 상황변화가 제약사들의 R&D투자의 유인요소가 돼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토종제약사들은 이미 판매관리비 과다지출을 자제하고 살아남거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개발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약가인하로 자금운용이 빠듯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R&D투자 규모가 늘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향한 대장정에 나섰다는 점에서 보건주권을 지키는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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