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와 로슈
다국적 제약사와 로슈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8.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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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적지 않은 말기 대장암환자들의 입에서 “돈 없으니 빨리 죽어야 한다”는 자조의 탄식이 나와야 되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한달 치료비가 500만원이나 되는 다국적제약사 로슈의 대장암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은 이번에도 보험등재에 실패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아바스틴 등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여부를 논의한 끝에 보완반려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가뜩이나 비싼 약값을 대느라 허리가 휘다못해 부러질 판이 된 말기 대장암환자와 그 가족들은 아바스틴이 보험리스트에 오르지 못하자 속이 더 까매졌을 게 뻔하다. 보험적용을 받으면 암환자의 본인부담률은 5%이므로 한달 치료비가 25만원으로 크게 줄어드는데 그 바람이 무산됐으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의 1차적 책임이 약물 판매사인 로슈에 있다고 본다.

로슈가 요구하는 보험등재가격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건강보험공단의 협상가격과는 상당한 격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이 8년 동안이나 보험등재를 강력히 주장해 가격 수준이 어지간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급여적정 판단을 했겠지만 높은 가격 벽에 막혀 비용효과성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암 등 다른 암질환에는 표적항암제가 건강보험 리스트에 올라있어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는데 반해 대장암 환자들은 환자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돼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는 터였다.

수익성에 매몰된 로슈, 언제까지 기업의 사회성 외면할텐가

모든 문제는 비싼 약값에서 비롯된다고 아니할 수 없다. 로슈의 관심은 오로지 항암 치료제를 비싼 값에 파는데 쏠려 있지, 말기 대장암 환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가뜩이나 효능이나 안전성 문제로 해외에서 승인이 취소되거나 의사들의 처방권장 리스트에서 삭제되고 있는 약물에 대해 고집을 피우니,  이런 지적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죽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다국적 제약사’라는 탄식까지 나왔을까. ‘돈독’이 오른 기업은 한국시장에서 추방해 버려야 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말기 대장암환자는 최대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태반이 비싼 약값을 대지못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대장암 환자는 한해 2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생률은 최근 10년간 2배 이상 높아졌다.

대장암은 암 발생 순서에서 남자는 2위, 여자는 3위에 올라 있다. 말기 대장암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들의 치료와 견디기 힘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인데도 로슈의 고약가 정책은 꺾일줄 모른다. 

이날 회의에는 아바스틴 외에 세엘진코리아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도 상정됐는데 아바스틴과는 달리 급여적정 판정을 받았다. 세엘진코리아가 지난 상반기 공급가격을 52%나 자진해서 내렸기 때문이다. 병고와 약값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환자들 입장을 고려해서 취한 세엘진코리아 측의 공급가 인하 덕이다.

암환자들에게 어떤 면에서는 치료비 부담의 고통이 병으로 인한 통증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암환자들과 그 가족의 가장 큰 걱정은 치료비 부담이라는 조사도 있다

국립암센터가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암관련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치료비 부담이 암 발병시 가장 큰 걱정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6월말 서울의 한 카페에서 환자들이 불만사항을 털어놓는 ‘환자 샤우팅’이라는 행사에서도 보험적용이 안되는 대장암 치료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대장암이 발견된 50대 여성 환자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한 뒤 아바스틴 치료비 마련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전에 사용하던 약은 보험 적용이 돼 한달 치료비가 5만원 들었는데 아바스틴은 보험이 안 돼 한번 주사맞을 때마다 250만원이 들어 언제까지 아바스틴 주사를 맞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특허 있다고 비싼 약값 책정하는 것도 비리

환자단체연합회는 로슈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급평위는 9월 중 다시 회의를 열어 로슈가 아바스틴에 관해 제출할 경제성, 안전성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심의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때 로슈가 어떠한 자세로 나오는지 주시할 것이다. 의약품 특허제도가 독점판매를 보장한다고 해서 높은 약값을 고집하는 것은 생명존중을 부르짖는 제약사가 할 도리가 아니다.

이것은 비리다. 미국의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이 저지른 회계부정만이 기업 비리가 아니다.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현저하게 비싸게 팔아 엄청난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제약산업 윤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짓이다. 환자들을 약값으로 옥죄어 치료에 쓸수 없게 하는 제약사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로슈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는 행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적어도 한국로슈 스벤 피터슨 대표이사의 홈페이지 인사말이 빈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로슈는 전세계의 환자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다양한 의약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한국로슈 스벤 피터슨 대표이사 인사말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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