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 외면해서는 안된다
희귀질환 치료 외면해서는 안된다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2.07.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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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은 발병환자 수가 매우 적지만 환자는 평생 질병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신체적 고통 외에 고액의 의료비가 들어 가족들에 미치는 경제적 부담 또한 엄청나다.

WHO 통계에 의하면 희귀질환은 6000여종이 넘으며 이중 80% 이상이 유전성 질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을 원용해 유병환자가 2만명 미만인 난치성 질환을 희귀질병으로 인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역학조사가 전무하다시피 해 전체 유병환자수를 파악하지 못한 채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개별 질환으로는 환자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측면에서 국가 보건의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세계 희귀질환 6000여종…국내는 역학조사도 전무한 실정 

희귀질환은 대개 돌연변이에 의해 가족 내에서 처음 발생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합병증 내지 여러 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개별 질환자수가 다른 질병에 비해 훨씬 적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의 심각성을 간과해왔다고 할 수 있다.  올 6월말 현재 의료비, 간병비 등 정부지원 대상 희귀난치성질환은 다발성경화증, 크로이펠츠야콥병 등 겨우 155개 질환에 불과하다. 또 이와 관련된 144개 의약품(성분명 기준)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을 뿐이다.

식약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별도로 심평원의 심사, 약가 협상을 거쳐 보험급여 목록에 등재돼야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희귀의약품 시판 허가품목과 보험급여 품목이 다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전히 건강보험 적용 영역 밖에 놓여있다.

정부가 쉽사리 급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정된 건보재정을 감안한 결과다. 희귀의약품이 워낙 고가이다보니, 건보재정이 거덜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희귀의약품은 독점력이 강한데다 시장에서의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한번 급여목록에 올려놓으면 빼도박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무엇보다 희귀의약품(신약)을 개발하는 주체가 다국적 제약회사라는 데 걸림돌이 있다.  신약의 희소성을 무기로 협상에서 배짱을 부려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보건당국의 고심이다.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은 보험약가 협상과정에서 ‘갑’의 입장이다. 높은 약가를 고집하기 일쑤다. 결정된 약가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공급 중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다국적 제약사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치료제 ‘레블리미드’를 공급하는 세엘진코리아가 최근 공급가를 52% 내려 심평원에 급여등재를 신청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노바티스나, 로슈, 알렉시온 등 일부 다국적제약사 같으면 꿈도 꾸지못할 법한 일을 세엘진코리아가 본사를 설득해 과감히 실행에 옮긴 것이다.  우리는 세엘진코리아의 이번 조치를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헬스코리아뉴스 2012년 7월 9일자 “환자들이 죽어가요” … 심평원, 어떤 선택할까? 참조).

세엘진코리아의 이번 결단은 다발성골수종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우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가 사실상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 2가지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탈리도마이도’라는 약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약물은 기형아 출산 등 부작용 때문에 처방이 중단된 상태다.

탈리도마이도는 입덧 방지용 약으로 독일서 생산되다 부작용 논란을 빚자 1960년대 초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가 팔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상태인 장애아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를 낳은 케이스가 세계적으로 1만건 이상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장애를 안고 태어난 독일인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이 시대 대표적 바리톤 가수로 인정받으면서 탈리도마이드 약물 부작용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키는 132cm에 멈추었고 손가락, 팔, 다리가 기형인 바리톤 크바스토프가 부르는 ‘겨울나그네’ 공연실황 영상물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다발성골수종 환우들이 희망을 갖고 레블리미드의 급여등재를 기다리는 반면 또 다른 희귀질환인 PNH(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치료제 ‘솔리리스’는 제약사측이 당초 약가를 고집하면서 약가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솔리리스’의 1년치 약값은 환자 1명당 5억원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약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질환자들도 동등한 치료 기회 보장해야

국내 PNH 환자는 200여명으로 이들은 급여등재가 계속 미뤄지면서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고 한다.  ‘솔리리스’의 제조사인 알렉시온과 국내 판매사인 한독약품은 PNH 환우들을 볼모로 과도한 약가를 고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 한독약품 김영진 회장의 과감한 결단 내지는 공급사 설득을 주문한 바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2012년 5월 10일자 사설 ‘한독약품 김영진 회장이 나서라’ 참조) 

희귀질환자에게도 다른 일반질환자와 동등한 치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희귀질환자 한 명에 드는 치료비용이 다른 질환자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해서 보건의료 자원배분에서 차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희귀의약품이 다른 약품에 비해 약가가 매우 높다보니, 보건당국이 겪는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많지 않다.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를 개발한 일양약품과 같이 국내 제약사가 희귀의약품을 개발할 경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보장해줌으로써 다국적 제약사들의 횡포를 막아내는 길밖에 없다.

우리는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이 희귀의약품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높은 약가를 고집해온 일련의 사태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기업들에 인류애를 기대하는 것은 당초부터 꿈이었다. 개발비 대비 천문학적인 이윤을 추구하고도 약값 인하에 펄쩍 뛰는 기업들이니,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기업’이라는 원망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희귀질환치료제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약물이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이쪽 분야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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