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사협회, 이번처럼만 해라
복지부-의사협회, 이번처럼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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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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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복지부의 의료정책 추진과 의사협회의 일처리방식에 대한 평가다.

그러니 양측이 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강심장을 가진 정부와 모험심에 사로잡힌 의협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를 비난하며 불협화음을 냈다. ‘슈퍼 갑’인 관이 강한 주장을 굽힐 리 없고 ‘무대체질’인 민 또한 과도한 자신감에서 한번 겨뤄보자는 식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균형을 상실한 판단과 신중함이 결여된 행동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양측 모두 태산이라도 울릴 듯 요란스럽게 일을 벌이곤 했지만 결과를 보면 실속없는 장사를 한 것과 다름없다.

만성질환관리제, 의사에 무과실책임을 지운 의료분쟁조정제도, 의학전문대학원 증원, 응급실 당직의사 자격제한,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등을 놓고 복지부와 의협은 첨예하게 맞섰다.

한정된 재원을 갖고 의료제도를 발전시켜 국민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복지부는 핵심 의료단체인 의협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보건행정의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을 간과했다.  우리 사회의 최고 전문가 집단인 의협 또한 11만 의사들의 수적 힘만 믿고 직역 이익을 철저히 확보하겠다는 것처럼 비추어진 것은 유감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방통행식 강경노선으로는 복잡한 의료현장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상대의 주장과 입장에 귀를 기울여 설득하고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은 양쪽 모두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노환규 집행부 이후 합리적 해결책 모색의 첫걸음

이제 의협은 노환규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괄수가제 갈등으로 파국에 이르기 전에 서로 한 발씩 물러서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환자와 만성질환 진료비가 급증세를 보여 건보재정에 큰 짐이 되고 있다. 10년새 노인 진료비는 3배 이상, 만성질환진료비는 6배나 늘어났다. 재정건전화를 위해서도 과잉진료를 줄여야만하는 처지다. 의료비 지출을 적정화하기 위해 포괄수가제 실시가 불가피하다고 국내외 전문가들도 진단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의무시행을 앞두고 의사협회가 이 제도를 일단 받아들이고 수술거부 방침을 철회함에 따라 의료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의협 집행부가 실리와 명분을 다 잃었다는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포괄수가제를 수용키로 결정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갤럽에 의뢰해 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표가 과반을 넘어 달리 대안이 없었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의 환자 대상 조사에서는 70% 이상이 포괄수가제 시행을 미뤄야 한다고 답했지만 집행부는 일반시민 대상 조사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이 끼어들었고 그에게 건정심 구조개혁 등을 건의하고 수술거부를 철회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정부도 일방추진에서 정책파트너 입장 고려해야

국가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정책이 정파적 이해나 특정인에 휘둘리는 단초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이번 철회 결정이 그동안 갈등을 빚어온 사안들을 원만히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 ‘보이콧’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의협의 태도 변화가 기대된다. 의료일선의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도 앞서 3년차 이상의 전공의와 전문의만 응급실 당직의사로 제한하는 내용의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전공의협의회 등이 반대하자 당초 방침을 바꾸는 유연성을 보였다. 앞으로도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기존의 태도에서 탈피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의협 노환규 회장도 전의총 대표 때와는 달라야 한다.  전체 의사사회의 대표로서 정부 정책파트너임을 잊지 말아야하고 특히 한번 내뱉은 말은 가급적 지키는 것이 순리다.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워 약속을 어기면 개인이 아닌, 의사 사회가 신뢰를 잃는다. 

지금처럼 유연성도 필요하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요즘 소설가 신경숙의 성장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이 울리고’가 인기라고 한다. 소설은 에필로그에서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복지부와 의협도 이같이 상대쪽으로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처리하면 될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를 존중하고 의협은 복지부를 신뢰해야 한다. 그런 바탕위에서 이견을 조율한다면 크게 어려울 게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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